같은 파일인데 보낸 사람 화면에서는 한 장, 받는 사람 화면에서는 두 장인 일이 생깁니다. 내용을 더 쓴 것도 아니고 여백을 건드린 것도 아닌데 마지막 몇 줄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 있습니다.
보통은 글자 폭이 달라져서 줄이 밀린 탓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같은 이력서를 글꼴만 바꿔 가며 폭과 쪽 수를 실제로 재 봤습니다. 글자 폭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쪽 수를 밀어낸 값은 따로 있었습니다.

없는 글꼴은 오류가 아니라 다른 글꼴로 조용히 대체됩니다
문서 파일 안에는 글꼴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글꼴 파일 자체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서, 그 이름의 글꼴이 없는 PC에서 열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비슷한 글꼴을 골라 대신 그립니다. 경고창이 뜨지 않기 때문에 받는 사람은 바뀐 줄도 모릅니다.
그러면 실제로 무엇으로 바뀌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이 PC에는 나눔고딕이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나눔고딕을 지정한 문서를 만들어 PDF로 내보낸 뒤, PDF 안에 진짜로 들어간 글꼴 이름을 읽어 봤습니다.
지정 "맑은 고딕" -> 맑은 고딕 [/FontFile2]
지정 "굴림" -> 굴림 [/FontFile2]
지정 "바탕" -> 바탕 [/FontFile2]
지정 "나눔고딕" -> 바탕 [/FontFile2]
나눔고딕이라고 적어 둔 문서가 바탕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글꼴이 대신 들어오는지는 설치된 글꼴 목록과 프로그램 버전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결과는 윈도우 11과 Word 2013 조합에서 나온 값입니다.
글자 폭은 생각보다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이력서에 흔히 들어가는 한 줄을 잡아 글꼴별로 폭을 쟀습니다. 한글, 영문, 숫자, 괄호가 섞인 줄입니다. 글꼴 파일 안의 hmtx라는 표에 글자마다 차지할 가로 폭이 적혀 있어서, 그 값을 문장 전체에 대해 더하면 됩니다.
| 글꼴 | 문장 폭(em) | 맑은 고딕 대비 |
|---|---|---|
| 맑은 고딕 | 40.70 | 100.0 % |
| 굴림 | 40.69 | 100.0 % |
| 돋움 | 40.68 | 99.9 % |
| 바탕 | 40.85 | 100.4 % |
| 궁서 | 41.31 | 101.5 % |
가장 벌어진 궁서도 1.5% 차이입니다. 한글 글자는 대부분 정사각형 한 칸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글꼴이 바뀌어도 폭이 잘 안 변합니다. 이 정도로는 줄이 통째로 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Word에서 센 줄 수도 다섯 글꼴 모두 43줄로 같았습니다.
쪽 수를 밀어낸 값은 줄 높이였습니다
글꼴 파일에는 폭 말고 이 글꼴을 쓰면 한 줄에 세로로 얼마를 잡아야 하는지도 적혀 있습니다. 글자 위로 올라가는 높이, 아래로 내려가는 깊이, 줄 사이 여유를 더한 값입니다. 이 값이 글꼴마다 꽤 다릅니다.
from fontTools.ttLib import TTFont
f = TTFont(r"C:\Windows\Fonts\malgun.ttf")
h, upm = f["hhea"], f["head"].unitsPerEm
print((h.ascender - h.descender + h.lineGap) / upm) # 1.33
맑은 고딕은 한 줄에 글자 크기의 1.330배를 요구했고, 굴림과 돋움과 바탕과 궁서는 모두 1.148배였습니다. 같은 11pt라도 맑은 고딕은 줄마다 16%씩 더 두껍게 자리를 잡는다는 뜻입니다.
이 차이가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 A4 용지에 여백 2cm, 11pt, 줄 간격 한 줄로 놓고 43줄짜리 이력서를 만들어 Word에서 쪽 수를 세어 봤습니다.
| 지정한 글꼴 | 줄 수 | 쪽 수 |
|---|---|---|
| 맑은 고딕 | 43 | 2쪽 |
| 굴림 / 돋움 / 바탕 / 궁서 | 43 | 1쪽 |
| 나눔고딕 (이 PC에 없음) | 43 | 1쪽 |
줄 수가 똑같은데 쪽 수만 갈렸습니다. 줄이 밀린 게 아니라 줄마다 조금씩 두꺼워져서 마지막 몇 줄이 다음 장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나눔고딕을 지정한 문서가 1쪽이 된 것도 앞에서 확인한 대로 바탕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PDF로 보내면 해결되지만 만드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PDF는 문서에 쓴 글꼴을 파일 안에 함께 담습니다. 위 출력에서 글꼴 이름 뒤에 붙은 /FontFile2가 글꼴 데이터가 실제로 들어갔다는 표시입니다. 그래서 받는 사람에게 그 글꼴이 없어도 화면이 그대로 나옵니다.
다만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나눔고딕을 지정한 문서를 이 PC에서 PDF로 내보냈더니 바탕으로 대체된 상태가 그대로 PDF에 굳어 버렸습니다. PDF는 화면에 그려진 결과를 담을 뿐이라, 이미 대체가 일어난 뒤에 만들면 대체된 모습이 고정됩니다. PDF는 반드시 원본 글꼴이 설치된 PC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글꼴을 지키는 것보다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이력서라면 맑은 고딕, 굴림, 바탕처럼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글꼴로 쓰면 대체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받는 사람에게 글꼴 파일을 같이 보내면 되나요?
글꼴에 따라 배포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일을 보내기보다 PDF로 바꿔 보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줄 간격을 1.0으로 맞췄는데도 왜 다른가요?
줄 간격 1.0은 글꼴이 요구하는 높이의 1.0배라는 뜻입니다. 그 기준 높이 자체가 글꼴마다 다르므로 같은 1.0이라도 결과가 갈립니다. 고정값으로 맞추려면 줄 간격을 배수 대신 pt로 지정하면 됩니다.
Q. 글꼴이 대체됐는지 받는 쪽에서 알 수 있나요?
경고가 뜨지 않아 눈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문서의 글꼴 이름 칸에 이름이 그대로 보여도 화면은 다른 글꼴로 그려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Q. 한글(HWP) 문서도 같은 일이 생기나요?
글꼴 이름만 적어 두는 구조는 같아서 같은 현상이 생깁니다. 프로그램마다 대신 고르는 글꼴이 달라 결과 모습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글꼴 문제는 설치 단계에서도 자주 걸립니다. 분명히 설치했는데 프로그램 목록에 안 보이는 경우는 원인이 또 다르고, 글꼴 파일 하나가 왜 13MB나 되는지를 보면 문서에 글꼴을 통째로 넣지 않는 이유도 함께 이해됩니다.
위 폭과 줄 높이는 윈도우 11에서 파이썬 3.12.10과 fontTools 4.63.0으로 글꼴 파일을 직접 읽어 계산한 값이고, 쪽 수와 PDF 안의 글꼴 이름은 Word 2013으로 문서를 만들어 내보낸 뒤 pypdf 6.14.2로 확인한 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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